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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에 얽힌 사연

임호산 2011. 3. 26. 00:06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는 한국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으로 사랑받아 왔다.

봄이 시작되면 한국의 산 어디에서나 꽃을 볼 수 있을 만큼 널리 퍼져 있다.

개나리가 주로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반면에

진달래는 약간 그늘지며 습기가 약간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가지가 많이 달리기 때문에 가지치기를 해도 잘 자라며 추위에도 잘 견딘다.

뿌리가 얕게 내리고 잔뿌리가 많아 쉽게 옮겨 심을 수 있다.

꽃을 따서 먹을 수 있으므로 참꽃 또는 참꽃나무라고 부르는데,

제주도에서 자라는 참꽃나무와는 다르다.

꽃을 날것으로 먹거나 화채 또는 술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술을 빚어 먹을 경우 담근 지 100일이 지나야 맛이 난다고 하여 백일주라고도 하는데,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먹어야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달래를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두견새가 밤 새워 피를 토하면서 울어,

그 피로 꽃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 진달래의 전설-1

 

진달래꽃은 두견이의 전설로 인해 두견화라고도 하는데,

두견이는 목구멍에서 피가 날 때 까지 밤낮으로 운다고 한다.

 

옛날 촉나라 임금 두우가 억울하게 죽어 그 넋이 두견이가 되 었고

두견이가 울면서 토한 피가 두견화가 되었다고 한다.

만약 누군가가 아침에 그 새의 첫 울음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곧 그의 연인과 헤어지게 됨을 의미한다고 한다.

 

신라 성덕왕 때 미인 수로 부인은

강릉 태수로 부임해가는 남편 순정공을 따라 강원도로 가고 있었다.

따뜻한 봄날에 일행은 가다가는 쉬고 쉬다가는 가는 것이

어느덧 한낮이 되자 냇가에서 점심을 먹게 됐다.

 

그때 절벽에 현란하게 핀 진달래를 보고,

수로 부인은 따라온 하인에게 그 꽃 한 송이를 따오라고 명했으나

발을 디딜 곳이 없는 절벽이라서 누구도 엄두를 못냈다.

 

마침 암소를 끌 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부인의 말을 듣고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을 기어올라가 진달래를 꺾 어다 주고

다음과 같은 헌화가를 지어바쳤다고 한다.

 

"자줏빛 바위 끝에 잡아온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진달래의 전설-2

 

진달래 꽃잎을 섞어 담는 향기나는 술로

진달래꽃을 두견화라고도 하므로 두견주라고 부른다.

 

두견주는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卜智謙)에 얽힌 전설이 있다.

그가 병이 들어 온갖 좋다는 약을 다 써도 병이 낫지 않자,

그의 어린 딸이 아미산에 올라 100일 기도를 드렸다.

 

신선이 나타나 이르기를 아미산에 활짝 핀 진달래꽃으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지금 면천초등학교 뒤에 있는 우물)의 물로 빚어

100일 후에 마시고 뜰에 2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어

정성을 드려야만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딸이 그대로 하였더니 아버지의 병이 나았다고 한다.

 

술의 색은 연한 황갈색이고 단맛이 나며 점성이 있는데

신맛과 누룩냄새가 거의 없고 진달래 향기가 일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21도 정도이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으며,

특히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어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진달래꽃의 꽃술에는 독성분이 있으므로

술을 담글 때 꽃술이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전통민속주 제조기능을 보존, 전승하도록 하기 위해

면천의 두견주 제조기능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다.

 

 

★ 진달래의 전설-3

 

 하늘나라 꽃밭에 선녀가 살았습니다.

어느해 봄 꽃밭을 가꾸던 꽃분이 선녀는 하늘 아래에

꽃을 발견하고 놀라 그 꽃을 가지러 땅으로 내려갔습니다.

 

"처음 보는 꽃인데...하늘나라 꽃밭에 심어야지."

선녀는 꽃을 잡고 쑥 뽑았는데 모래에 꽃아논 것처럼 쑥 뽑혀서

그만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지나가던 나무꾼이 꽃분이를 보고 집에 데려가서 간호를 해줬습니다.

꽃분이 선녀는 나무꾼과 지내는 동안 나무꾼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꽃분이와 나무꾼은 결혼을 했습니다.

 

꽃분이는 나무꾼을 벼랑 아래로 데려가서 꽃 이름을 물어 보았습니다.

나무꾼도 첨보는 꽃이라고 했습니다.

나무꾼은 꽃을 뽑아서 자기집 화단에 심고 꽃분이와 가꾸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꽃분이와 나무꾼에게 딸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기 이름을 뭘로 지을까요?"

"글쎄....내 성이 진씨니까. 진...진분이..진순이..."

 

그때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진달래라고 지어라.........진달래..."

 

그래서 나무꾼과 꽃분이는 아기 이름과 꽃이름을 진달래라고 지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삼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꽃분이가 진달래 한뿌리를 들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나무꾼과 달래는 너무나 슬펐지만 꽃분이가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싶었기에

그랬을 것이라고 믿고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사또가 달래를 보고 반해서 둘째 아내로 맞이하려고 했습니다.

달래는 사또의 말을 한사코 뿌리쳤습니다.

그러자 열받은 사또가 달래를 죽이고야 말았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달래야...달래야.."

그러더니 달래의 시체가 벌떡 일어나

하늘을 향해 진달래 꽃이 되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떠올랐습니다.

달래의 아버지는 달래를 부르면서 울부짖다 쓰러져서 죽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연분홍빛 꽃잎들이 날아와

아버지의 몸위에 소복소복 쌓여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지아비의 무덤을 지키던 여인의 피맺힌 슬픔이

꽃잎에 닿아 붉은색이 되었다는 진달래는

'이별의 한'을 상징한다고 해서 두견화 또는 귀촉화라고도 한다.

보통 성인 남자 키만큼 자란다.

 

가장 굵은 가지의 두께가 어른 손가락보다 굵게 자라지 못하면

잔가지들이 꾸불꾸불하게 나는 습성이 있어,

오목눈이나 붉은머리 오목눈이 같은 작은 산새들이 많이 모여든다.

이른 봄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데,

통꽃으로 끝이 5갈래 정도 갈라지고 꽃잎에 보라색 점이 있다.

 

잎은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어 밋밋하며, 가운데 잎맥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뿌리가 실처럼 가늘고 땅 표면을 따라 얕고 넓게 뻗어 쉽게 캘 수 있다.

진달래는 햇빛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래서 큰 나무가 없거나 헐벗은 산에서도 진달래 군락을 쉽게 볼 수 있다.

60~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야산이 진달래로 뒤덮여 있었던 것은

산 자체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었기 때문이다.

진달래 철쭉의 군락지로 유명한 산은 대구 비슬산, 여수 영취산, 강화 고려산,

거제 대금산,  합천 황매산, 남원 바래봉, 단양 소백산, 태백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산에 진달래가 피지 않는 산은 없다.

 

80년대 이후 점차 산에서 진달래를 보기 어려워지는 것은

그만큼 산림이 우거져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먹을 수 있는 식물에 '참' 자를 붙이고

먹지 못하는 것에는 '개' 자를 붙였는데,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부른 반면

철쭉은 먹지 못한다고 해서 '개꽃'이라고 불렀다.

 

봄이면 찹쌀가루 반죽에 진달래 꽃잎을 올려 지져낸 화전이나

오미자즙 또는 꿀물에 진달래를 띄운 화채를 먹었으며,

진달래의 꽃잎을 따서 두견주라는 술을 빚었다.

 

한방에서는 두견화 또는 안산홍이라 하며

진해 조경의 효능이 있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한다고 하여

기침, 고혈압, 월경불순 등에 처방하였다.

민간에서는 관절염, 신경통, 담이 걸릴 때 진통제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