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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이름이라 욕하지 말아요.

임호산 2011. 3. 27. 10:06

명자꽃 한 송이

 

        이   수

 

 

어여쁘면서 수줍은 듯
도도하면서도 겸손하게 피어나는
터질 듯 부푼 저 꽃봉오리
청조하게 은은한 향기로
진한 향기 없이 향기로 피어났지만
죄도 없이 죄인으로 쫓겨난 서러움에
울 밖에서 울고 있습니다,
집 안에 심겨지면 쥔 집 딸 바람난다고

분홍으로 얼굴 붉히다가
빨강으로 가슴 태우고
하얗게 마음까지 지우는 봄 처녀
너무 요염하지도 너무 촌스럽지도 않은
적당히 곱고 적당하게 향기로운 꽃
봄비 머금고서야 미소 짖는
가련한 아가씨 꽃

아가씨는 외로웠습니다,
혼자는 아니었지만
무리지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렸어도
고독은 하나
꽃샘추위 세월은 낯설게 매정스러워
혼자 벙글어 촉촉이 젖은 눈으로
오실 임 기다리고 있지만 임은 아직도
아니 오시고, 구름만 지나갑니다.

 

 

명자나무

             반 기룡

 

선혈이
낭자하고 있는 듯한 명자나무

 

촌스런 이름이라 욕하지 말아요
자주 불리우는 이름이
정답고 좋은 이름이지요


붉은 꽃 흐드러지게 피어
발걸음 꽁꽁 묶인 채
한참을 머물러 있었지요

 

그 나무에서 정념을 느끼고
열정을 한아름 안을 수 있었지요

 

명자야!
명자야!
우리 명자야!
힘껏 부르면 냉큼 달려올 듯한 명자나무

 

달거리 하듯 붉은 꽃 피워내고
처녀처럼 싱싱한 웃음짓는 나무여

 

 

명자꽃
           

        목 필균

 

붉은 립스틱 벅벅 그어대며
그사람 근무하는 사무실 창에
사랑을 고백했다는
전설 속의 그녀

 

뜨거운 사랑의 몸짓
한 길로만 흐르는 아픔일까

 

겨우내 칭칭 동여매었던
가슴앓이 신음소리
딱딱하게 굳어진 가지에도
붉은 핏물이 방울방울 내비쳤다

 

길어진 햇살
남향 창가에 서 있는
명자가
전설의 그녀가
한 몸으로 불타고 있다

 

 

 

명자꽃 만나면


         목 필균

 

 쑥쑥 새순 돋는 봄날
명자야 명자야 부르면
시골티 물씬 나는 명자가
달려 나올 것 같다

 

꽃샘바람 스러진 날
달려가다가 넘어진 무릎
갈려진 살갗에 맺혀진 핏방울처럼
마른 가지 붉은 명자꽃
촘촘하게 맺힌 날

 

사랑도 명자꽃 같은 것이리라
흔해 빠진 이름으로 다가왔다가
가슴에 붉은 멍울로
이별을 남기는 것이리라

 

명자야 명자야
눈물 같은 것 버리고
촌스러운 우리끼리 바라보며
그렇게 한 세상 사랑하자

 

 

 

 

 

 

 

 

 

 

 

 

 

 

명자꽃은 중국 원산이며 오랫동안 관상용으로 심어 왔다.
높이 2m 내외에 달하고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 것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양 끝이 좁아지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턱잎은 일찍 떨어진다.
꽃은 단성(單性)으로 4월 중순경에 피고 지름 2.5∼3.5cm이며 짧은 가지 끝에 1개 또는 여러 개가 모여 달리며 적색이지만 원예품종에는 여러 가지 꽃색이 있다.
열매는 7∼8월에 누렇게 익고 타원형이며 길이 10cm 정도이다. 참산당화(var. cathayensis)는 잎이 바소꼴에 가까우며 톱니가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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